학림은 1956년 동숭동 서울대학교 문리대 건너편에 문을 열었습니다. 옛 서울대학교 문리대 ‘제25강의실’이라 불리기도 했으며, 문리대의 옛 축제명 ‘학림제(學林祭)’가 ‘학림다방’의 이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학림다방은 4.19 학생 혁명, 5.16과 그 이후의 학생 운동 등 고난과 희열로 점철된 대학로의 역사를 지켜보게 됩니다.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대학생들의 토론 장소는 물론 음악, 미술, 연극, 문학 등 예술계 인사들의 단골다방으로 사랑받았으며, 지금도 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학로 ‘학림다방’이 특별한 이유는 그저 오래된 다방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지성주의 대학문화가 1980년대 민주화 시기와 저항문화운동을 거쳐 대중문화로 확산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문화사가 진하게 응축된 곳이며 단절되어 박제된 된 역사가 아니고 지금도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진행되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60년대 언저리의 남루한 모더니즘 혹은 위악적인 낭만주의와 지사적 저항의 70년대쯤 어디에서간 서성거리고 있다.
나는 어느 글에선가 학림에 대한 이러한 느낌을 “학림은 지금 매끄럽고 반들반들한 ‘현재’의 시간 위에 ‘과거’를 끊임없이 되살려 붙잡아 매두려는 위태로운 게임을 하고 있다”라고 썼다.
이 게임은 아주 집요하고 완강해서 학림 안쪽의 공간을 대학로라는 첨단의 소비문화의 바다 위에 떠 있는 고립된 섬처럼 느끼게 할 정도이다.
말하자면 하루가 다르게 욕망의 옷을 갈아입는 세속을 굽어보며 우리에겐 아직 지키고 반추해야 할 어떤 것이 있노라고 묵묵히 속삭이는 저 홀로 고고한 섬 속의 왕국처럼…
이 초현대, 초거대 메트로폴리탄 서울에서 1970년대 혹은 1960년대로 시간 이동하는 흥미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데가 몇 군데나 되겠는가? 그것도 한 잔의 커피와 베토벤쯤을 곁들여서…
-문학평론가 황동일-